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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비로즈 독서 모임] 거대한 도박: 1700년대의 양적완화 실험
    SEN/책 영화 리뷰 2022. 12. 3. 02:29

    거대한 도박


    거대한 도박은 지폐 발명가 John Law를 다룬 실화 기반 역사소설이다.

     


    존 로는존로는 1671년생이다. 소설의 배경은 태양왕으로 불렸던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섭정하던 17~18세기이다. 존로는 스코틀랜드에서 금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금세공사는 지금으로 치면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이었던 걸까? 존 로는 아버지 덕분에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어린 나이에 상속받은 재산을 모두 도박으로 날리게 된다. 이미 어린 나이에 여성편력이 있었던 존 로는 결투에서 패배한 후 범법자가 되어 스코틀랜드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존로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는데, 유럽을 여행하면서 화폐에 대한 개념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귀금속은 이미 희소해지고 있었고, 귀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지폐이다.




    존 로의 이 아이디어에 기회를 준 것은 18세기 초 프랑스의 오를레앙 공작이었다. 루이 14세 사망 후 프랑스는 국가 부채가 막대했고, 오를레앙 공작은 이 부채를 한 번에 해결해 줄 존 로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인쇄기로 지폐를 찍어내면 빚이 사라진다니!

    1693년과 1694년에 닥친 기근, 1708년과 1709년의 혹한으로 프랑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루이 14세는 왕실의 사치와 향락을 멈추지 않았고 1715년 9월 루이 14세는 국민들 1인당 159 리브르, 약 35억 리브르라는 초유의 국가부채를 남겨 놓고 죽는다. 이때 프랑스의 국가경제는 사실상 파산상태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1716년에 존 로는 뱅크 제네럴이라는 은행을 설립하고 미시시피 사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미시시피 사는 1억 루브르의 주식을 발행한다. 그리고 그 주식과 프랑스의 값싼 국채를 교환하는 방법으로 프랑스의 채무를 탕감시켜갔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 미시시피 사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은 없었다는 것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회사의 주식을 계속 발행하니 (현재의 주식시스템으로 치환하자면 적자회사가 계속 유상증자를 반복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갈수록 주식가치는 희석되어 갔다. 그런 와중에 존로는 미시시피 사가 실제로는 큰 미래 가치가 있는 것처럼 거짓 광고를 반복했다. 이 거짓 광고는 잘 작동했다. 존로는 당대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어마어마한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대에 전세계 경제를 덮친 인플레이션이 1700년의 파리를 다시 덮치게 된다. 존 로가 돈을 찍어낸 만큼, 그러니까 요즘 말로 하면 양적 완화를 한만큼 시장에는 돈이 많아졌다. 하지만 실물 자산의 양은 변하지 않았으므로, 이 실물 자산을 살 수 있는 가격도 같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물가가 올라가면서 서민들은 가난해졌다. 예전에는 10 루브르로 빵을 살 수 있었다면 이제는 40 루브르를 내야 빵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삶이 팍팍해진 서민들은 이제 미시시피 주식을 사는 것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중단이 미시시피 주식의 버블을 터트린다. 미시시피 주식의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정보가 빠른 큰 손들은 빠르게 주식을 팔아 치워 큰 손해는 보지 않았지만, 서민들은 평생 일군 재산을 잃었고, 폭동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총재의 자리에서 해임된 존 로는 성난 민심을 피해 프랑스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제 정책의 실패는 훗 날 프랑스 자유 혁명의 도화선이 되게 된다.






    1700년대에 이미 주식 사기와 경제 실험은 모두 존재했다.
    주식 허위 정보 유포 후 유상증자, 그리고 존 로가 했던 양적 완화 실험까지...

    그리고 이 실험은 현대에서 다시 재현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연준은 "필요하다면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겠다" 라고 공언하며 엄청난 돈을 찍어냈고,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양적 완화는 재현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 양적 완화가 촉발한 인플레이션 안에 있고, 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시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1700 년대의 존 로의 양적완화 실험은 실패했다.
    2020년의 양적완화는 경제 침체를 막은 현명한 시도로 기록될까, 아니면 대침체를 불러온 대실수로 기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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