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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비로즈 독서 모임] 부채, 첫 5000년의 역사: 부채의 도덕성에 대한 탐구
    SEN/책 영화 리뷰 2022. 9. 24. 09:33

    부채, 첫 5000년의 역사 - 680페이지나 됩니다

     

     


     

    첫 장에서 저자는 빈국들이 선진국에 지고 있는 부채는 불합리하게 계약된 것이므로 파기되어도 도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그것을 계속 갚아야 하는 것이 더욱 부당하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1895년 마다가스카르를 침공해 식민지로 삼고 '침공당한 비용' 명목으로 엄청난 세금을 부과했고,
    마다가스카르는 아직도 그 부채를 상환하고 있다. (1장)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임금 노동 계약을 맺는 순간부터 고용인과 피고용인은 완전히 동등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암묵적 합의가 생성됩니다.

    그래서 법은 고용인이 피고용인을 학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제약조건을 걸었습니다.

    • 사장의 권력은 절대적이지 않다.
    • 계약은 근로 시간에만 국한된다
    • 피 근무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부채라고 부르는 것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부채에도 제약조건이 필요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잠재적으로 동등해야 합니다. (신분의 평등)

    예를 들어 어린이나 정신 이상자, 심신 미약자에게 발생한 부채는 법이 인정하지 않습니다. 법이 채권인의 부채 회수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월가를 점령하라 같은 사회 운동에 활발히 참여한 인류학자입니다. 전 장에 걸쳐서 부채의 도덕성을 강조합니다.

     

     


    부채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법적 부채는 탕감이 가능하지만 도덕적 부채는 항상 탕감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부채의 5000년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1800년대에 횡행한 노예 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사회적 통화의 특징은 결코 인간과 같은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여자는 딸이고, 자매이고, 연인이고, 라이벌이고, 동료이고, 어머니이고, 동년배입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상환할 수 있다는 생각, 예를 들어 한 여자 형제는 다른 여자 형제와 가치가 같다는 생각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6장)

     

    노예제도의 문제는 사람들을 교환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성립할 수 없음에도 말입니다.

     

     

    채무 노예는 가족 관계를 재산 관계로 바꿔 놓았습니다.

     

     

     

    고대 로마의 노예 제도가 끼친 가장 음흉한 영향은
    인간의 자유라는 사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다 (7장)

     

     

    저자는 세상을 보는 방식은 부채를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고, 다양한 방식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애덤 스미스가 묘사한 상상 속의 이상적인 사회와, 부채가 모든 것인 타락한 사회 사이의 어느 지점에 살고 있습니다. 상상 속의 이상적인 사회는 부채가 배제되고 오로지 물건의 물물 교환을 하며 살아가는 곳이고, 타락한 사회는 모든 인간관계의 본질이 부채로 환원되는 곳입니다. 

     

    우리는 인간들이 교환의 대상이 되는 세상에 살아 본적이 있습니다. 한 때 그것은 노예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노예 제도는 폐지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도 폐지 되었을까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피고용인의 자유를 고용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사상은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5000년간 유라시아에서는 신용 화폐가 지배하던 시기, 금과 은이 지배하던 시기가 긴 세월을 두고 번갈아 나타났습니다.

     

    왜 그런 순환이 나타났을까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쟁이었습니다.

    (이 독후감을 쓰고 있는 2022년 가을은 러시아와 유크레인간의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전쟁 발발부터 시작된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보면, 사이클은  돌고 도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괴와 은괴는 화폐와 똑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무 데나 가서 어떤 물건과 교환해도 사람들은 받아주었습니다.

    이 금속 화폐 시대는 1971년 막을 내렸는데,

    리처드 닉슨이 미국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을 것이라고, 금본위제의 폐지를 선언한 해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금속 화폐 시대에도 현대 사회에서 보는 부채의 많은 개념들이 이미 태동해 있었습니다.

    유럽과 중국에서는 이자 대금업, 담보대출 등이 성행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같은 것이 생겨나지 않은 유일한 문화권은 이슬람권이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이들 문화권에서는 명예와 신용을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취급하였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채권자가 이자를 무조건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채권자도 채무자가 투자에 지고 있는 리스크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800년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가상 화폐들이 생겨났습니다.

    수표, 공채, 주식, 연금 같은 것들이 꽃 피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 이것이 화폐라고 말만 하면 화폐가 되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B로 시작하는... 무엇이 떠오르지 않는가...?)

     

    처음에 이것들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가상 화폐로 보였지만, 실제 역사를 돌아보면 이 가상 화폐들은 기존 화폐의 가정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았을지라도, 경쟁적인 시장이라는 도덕관념이 없는 세상에서는 불가피하게 온갖 종류의 사기와 거짓이 난무했습니다. (수많은 Coin들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역사는 반복되네요...)

     

     

     


     

    현대 자본주의에서 국가 부채는 미래 세대에게 빌린 돈입니다.

    적자 재정은 정치인들의 수중에 더 큰 군사력을 쥐어주는 방법이고요. 미국의 부채는 기본적으로 전쟁 부채입니다. 군사비 지출만 없으면 미국은 재정을 적자로 운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러 연구들이 있습니다.

     

     

    닉슨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이후, 외국의 중앙은행들은 달러로 미국 재무부 채권을 구입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금이라도 바꿀 수 있었죠)

    대신 석유가 필요한 국가들은 달러로 석유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1971년 이후 석유 수출과 수입의 결제에 쓰이는 유일한 통화라는 사실이 달러의 글로벌 지위를 강화해주었습니다. 미국은 달러의 지위를 지키고자 전방위로 노력해왔습니다. 사담 후세인이 2000년에 달러를 유로화로 바꾸려고 했고, 이란이 거기에 동참했다가, 결과는 다들 아시죠? (저는 미국이 중국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게 중국이 석유 위안화 결제 시대를 연 것과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의 정치인들은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점점 무모하게 부채를 찍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2009년의 버블, 금융 시스템 붕괴였습니다.

     

    저자는 현시대에 자본주의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금융 시스템은 빈부격차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계급 이동도 지원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급진적인 진보주의자라도 자본주의가 완전히 와해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본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탐욕스러워진다면 우리는 자본주의를 잃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자본주의에 도덕성을 부여하고 싶어 합니다. 불공평한 부채는 탕감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국가부채를 과하게 늘리는 것에 대한 경계를 암시합니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면서 저는 부채를 활용해 부자가 되는 법, 유대인에게서 시작된 부채의 기원과 같은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정반대로 사상적이고, 진보적인 책이었습니다. (이런 책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이과 인간..)

     

    저는 부채를 계급 이동의 사다리 정도로만 생각했지, 부채의 도덕성, 부채의 도덕성이 인류 역사에 끼친 해악,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부채는 양날의 검인데... 긍정적인 면만 집중한 거에요.

     

    미국 같은 1등 나라도 국가부채를 무한정 늘릴 순 없다고 판단해서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으니까, 일개 작은 개인인 저도 부채가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조심해서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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